EBS다큐 : "다큐 영화 길 위의 인생 - 필리핀 교도소 이와힉 이야기"
방송일자 : 2016. 01. 29
개방형 교도소라고 들어보셨나요? 여러 해 전에 방송된 다큐 프로그램인데 최근 우연히 보게 되어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을 리뷰해 봅니다. 간단히 프로그램 소개를 하자면, 세계 최대 개방형 교도소인 '이와힉'과 이곳에 수감된 죄수들의 삶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로 개방형 교도소에서의 죄수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 프로그램입니다. 교도소이긴 하지만 최대한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개방형 교도소 '이와힉'에서의 죄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죄와 벌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면적은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규모의 교도소 '이와힉'에 수감된 죄수들 중 모범수에게는 가정을 꾸리는 특혜가 주어지는데, 그 가운데 칼 메르시알레스의 이야기의 한 장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레몬트리 나무 늘리는 방법
학교 선생님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했던 칼 메르시알레스, 그 학교 학생인 16세 소녀와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이미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던 사이였습니다. 칼이 공부하던 시절 하숙을 했던 주인집의 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소녀의 부모가 칼을 미성년자 강간범으로 고소를 하게 되고, 1300만 원의 합의금이 없던 칼은 이와힉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연민으로 받아들였던 그의 아내 마리, 목사였던 그녀는 죄수들을 방문하고 교화하는 과정에서 칼에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둘은 결혼을 했고, 모범수였던 칼은 이와힉 안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았고,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행을 하는 등의 꿈을 꾸며 이와힉에서 살고 있습니다. 마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채소와 나무를 가꾸는 장면이 나오는데 레몬트리 나무의 그루를 늘리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1. 나뭇가지 중간 부분의 껍질 벗겨내기
2. 흙을 동그랗게 뭉쳐 나뭇가지에 감싸 붙이고 비닐로 묶는다
3. 60일을 두면 비닐 안에서 새로운 뿌리가 자란다
4. 이것을 잘라내어 다시 흙에 심으면 한 그루의 레몬트리가 된다
이 장면에서 "흙이 있다면 상처입은 가지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내레이션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흙이 있다면 상처 입은 가지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누구나, 어느 누구나 예외 없이 우리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상처 입은 우리는 괴롭고, 슬프고, 억울한 날들을 보내며 원망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며 긴 치유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 사랑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꼭 필요합니다. 1~2년 안에 치유되기도 하고, 때로는 몇십 년의 긴 세월이 걸리기도 하지만, 6개월 동안 따뜻하고 영양가 많은 흙을 만나 뿌리를 내리는 레몬트리 나무처럼 우리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의 따뜻함으로 상처를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인간에게는 망각의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받은 상처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도려내고도 살아갈 만큼의 뿌리가 만들어지면 디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기에 새로운 땅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나의 경험으로도 주변의 삶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흙이 있다면"입니다. 다큐의 전체 내용의 핵심은 아니지만, 이 한 장면을 보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흙이 되어준 적이 있는가', 또는 '나에게 흙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나'를 떠올리며 지금 이렇게라도 살아있음에 저절로 든 '감사함'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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