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인생』
위기철 지음/청년사
『아홉 살 인생』
얼마 전, 중고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구입해 온 책이다. '아홉 살 인생'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읽어봤나? 드라마로 본 건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구입하려던 책을 찾아보며 헌책방 구경을 실컷 한 후에 계산을 하려는데, 출입구 옆 맨바닥에 마치 처분해 버리려고 내놓은듯한 책들 속에서 노란 표지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책을 빠르게 읽는 편은 아닌데도 단숨에 읽어낼 만큼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도시로 이사하면서 보낸 나의 '아홉 살'과도 닮아 있었다. 그 중 한 페이지를 소개해본다.
172쪽. "아버지, 사람이 죽는 건 어째서 슬프죠?"
주인공은 아홉 살 여민이다. 가난했던 여민이네는 형편이 좋지 않은 사글세 집을 여러 차례 전전긍긍하다가 산동네마을 꼭대기에 있는 낡은 집을 구해 들어가게 된다. 아홉 살 영민이에게도 산동네 꼭대기 집에 사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아가는 산동네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사는 모습이 쭉 그려진다. 그러던 중, 여민이네 윗집에 홀로 살아가시던 할머니가 가족도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할머니의 마지막을 위해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여민이 의 아버지 혼자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온다. 아버지의 슬픈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민이가 묻는다. "아버지, 사람이 죽는 건 어째서 슬프죠?".
나의 어릴 적
어린 시절 기억이 별로 없는 나에게 뚜렷한 기억으로 남은 한 장면이 있는데 같은 물음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일곱 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사람이 죽는건 슬픈 거 같아요." 유독 나를 예뻐해 주셨던 할머니에게 이 말을 하곤 엉엉 울었다. 내게 할아버지는 그리 좋은 분이 아니었다. 무섭게 호통치시는 할아버지로 밖에 기억이 없는 분인데도 당시 일곱 살이었던 내게 '죽음'이라는 것, 누군가가 옆에 있다가 없어진다는 것은 슬픈 것이었다. 그때의 분위기와 함께 나의 감정과 할머니에게 했던 말이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지금, 마흔아홉
마흔 아홉 살이 된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한 두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누가 시켜서이거나 자극을 주어서가 아닌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까이 와닿지는 않는 죽음이라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한편에 있다. 내 죽음 자체보다는 남겨질 사람들을 생각해서 두렵고 슬픈 것이겠지. 아홉 살 여민이가 '아홉 살 시기'를 치열하게 성장해 갔듯이 '마흔아홉 살의 나'도 성숙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소중한 엄마로서의 성장을 위해 주어진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보려 애쓰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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